스토리텔링은 여러 장의

사진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 장의 사진 속

 

새파란 풀꽃 하나에, 파도 한 자락에,

몇 줄기 빛과 몇 조각 구름 속에 혹은

웅크리고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검은 뒷모습 속에

세계가 지닌 억겁의 역사와 사람이 지닌

위대한 한평생이 숨어 있다.

 

나의 사진에는 연작이 없다.

한 장 한 장의 사진 속에 연작의 무게를 모두 실었다.

그런 구경적(究竟的) 구도의 마음으로

한 컷 한 컷 존재의 표정들이 만들어내는

시적순간, 1000분의 1초들을 나는 찍었다.

 

이 사진들을 보고 있는 당신은 지금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깊고 세상에서 가장 부피가

큰 이야기들을 읽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당신이 그것을 스스로

발견하기 이전에 내가 먼저 발견과 감동을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야기가 없어서

더 큰 이야기들을 섬광처럼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존재의 표정展 시적순간, 사진적순간 1000분의 1초를 찍다.

 

포토그래퍼 김한

 

 

          

  <약력에 관한 상세노트>

 

사진적 자아, 문학적 자아 그리고 생물학적 자아

 

사진적 자아로서의 김한씨의 나이는 어림잡아도 2500살은 된 것 같다. 그동안 한 장의 사진도, 한 편의 사진집도 개인전이라는 이름으로, 저서라는 이름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2000년 이상은 속으로 속으로 사진을 꿈꿔 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내 인문학적 자아의 출생년도를 대략 계산해 보니 대략 1988년 생 정도이다. 그럼 몇 살인가? 아무튼 인문학을 처음 시작한 때를 되짚어보니 매우 젊은 나이다. 젊은 인문학도가 오래된 사진적 자아를 열심히 내조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물론 생물학적 자아로서의 내 나이는 40대 중후반이다.

 

그 동안 나는 너무 많은 세월을 이산(離散)의 땅에 머물러 있었다. 인문학으로 예술로 사진의 세계로 이제 나는 완전히 돌아갈 것이다. 그래서 나의 화두는 탈영토화가 아니라 언제나 귀환이었다. 고난과 시련을 온통 받아 낸, 찬란한 디아스포라의 날개가 되어 나는 나의 영원한 자아들이 숨쉬고 있는 곳으로 치열하게 날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의미에서 Gallery Joy에서의 첫 번째 개인전 존재의 표정展 <시적순간, 사진적순간 1000분의 1초를 찍다>는 사진가 김한에게 아마도 이카루스의 날개가 될 것이다. 그 끝이 어디일는지는 몰라도 끊임없이끊임없이 도전하며 날아오르는 그런 황홀한 날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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